키르기스스탄 현지에서 농업법인 주식회사 다산을 운영하는 김철용 대표(왼쪽)가 왕산 허위 선생의 고손자 허가이 다비드(왼쪽 셋째)를 비롯한 키르기스스탄 장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름꿈 물고기 장학회 제공 |
대구경북시민들로 구성된 장학회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장학사업을 펼치며 대륙과 한국의 끈끈한 인연을 잇고 있다.
설치미술가인 표구철 작가와 대구 동구의회 오말임 의원 등 대구경북 시민 30여 명으로 운영된 장학회는 201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년째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의 한 한국식당에서 제5회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올해는 3명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은 가운데, 가족들과 교민들이 참여해 장학사업의 취지를 나누고 학생들의 꿈을 응원했다.
첫해부터 5년간 꾸준히 장학금을 받고 있는 로마노프는 부모가 청각 장애인이다. 3남매의 장남으로 세계를 무대로 뛰는 사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알리벡은 국립농업대학 대학원생이다. 3살 딸 아이를 둔 가장으로 3년째 장학금을 받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훌륭한 농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기회가 되면 한국과 농업협력에 참여하고 싶단다.
9살 초등학생 허가이 다비드는 고려인이다. 구한말 구미 출신으로 일제에 맞선 13도 총 의병대장 왕산 허위 선생의 고손자이기도 하다. 왕산의 후손은 일제강점기 핍박을 벗어나 만주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이주해 현재 키르기스스탄에 살고 있다. 옛 소련 지질학자로 명성을 떨친 왕산의 손자 허가이 블라디슬라브가 이날 장학행사에 참석, 손자의 사진을 찍어줬다.
3년간 장학금을 받고 졸업한 엘누라는 이날 축하객으로 참석했다. 그는 경북대에 유학을 간 키르기스스탄 학생이었다. 석사과정 전 기간 장학생으로 선발돼 대구에서 공부한 바 있다. 그는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다. 아이들이 멋지게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키르기스스탄의 한 한국식당에서 장학금 수여식이 열린 가운데, 구한말 13도 의병대장인 왕산 허위 선생의 손자 허가이 블라디슬라브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표 작가의 '구름꿈 물고기 장학회'의 장학회장인 오말임 대구 동구의원은 "관심 있는 지인들이 작게나마 좋은 일들을 만들자며 자발적으로 장학금을 모으기 시작했다"면서 "다들 넉넉진 않지만 마음을 내고 참여해 주는 분들이 계셔서 빠트리지 않고 5년간 진행해 왔는데, 금액에 상관없이 동참하는 분들이 늘고 있어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 작가는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고자 '구름꿈 물고기 설치미술'을 기획하고 전시해 왔다. 구름꿈 물고기를 통해 나와 이웃의 꿈들이 주목받고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면서 "먼 나라지만 가까운 키르기스스탄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오히려 기쁘다"라고 했다.
대구 출신으로 키르기스스탄 현지에서 농업법인 <주>다산을 이끌고 있는 김철용 대표는 "정성스레 모은 장학금을 키르기스스탄에 보내주시겠다는 연락을 받고 기쁘기도 하고 책임감도 컸다. 다들 정성을 모아 주셔서 고맙고,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과 가족들의 밝은 모습을 전해드릴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좋은 뜻이 계속 이어지도록 더 꼼꼼하게 준비하겠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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